[칼럼] 블록체인 스타트업 막는 특금법의 재개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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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블록체인 스타트업 막는 특금법의 재개정을 촉구한다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02.03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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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 발전 위한 여는 규제 필요

[글=구태언 | 법무법인 린 변호사]

법무법인 린 구태언 변호사
법무법인 린 구태언 변호사

올해 3월 24일,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이용한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규제하는데 필요한 특정금융거래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법률이 시행된다.

2017년, 소위 ‘가상자산 열풍’이 휘몰아친 후 3년 만에 최초로 가상자산이 법제도 안에서 취급되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환영하면서 드디어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긍정적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금법에 규정된 가상자산사업 규제의 내용과 우리나라 전체 법체계에서 가상자산의 취급,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그리 반가워할 상황은 아니다.

특히, 스타트업 육성 관점에서 바라볼 때 급속도로 변하는 플랫폼 경제 시대에 정부가 허락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우리의 닫힌 규제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긴요함을 각성하게 하는 계기라 생각한다.

특금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1)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는 행위
2)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하는 행위
3)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행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4) 가상자산을 보관 또는 관리하는 행위
5) 1) 및 2)의 행위를 중개, 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
6) 그 밖에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를 가상자산사업자라고 정의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정부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를 하지 않고 사업을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받아야 하고,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계정을 받아야 한다. 그 사업자가 취급하는 가상자산의 실질에 불구하고 말이다.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사진: 대한민국 국회 공식 홈페이지)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사진: 대한민국 국회 공식 홈페이지)

특금법은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막기 위해 금융 거래 등을 감시하는 법이므로 이 법에 가상자산사업이 규정되는 이상 이를 두고 가상자산사업의 제도권 안착이며 가상자산사업을 진흥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행 법체계를 개편하고 돈세탁 위험성이 높은 증권형 가상자산을 금융거래로 규정하면 자동으로 특정금융거래법 적용이 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이나 그 성장 단계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스타트업을 포함한 미래 산업의 주역들에 대한 배려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특금법 규제는 여는 규제라기보다는 막는 규제에 가깝다.

2021년 1월 5일 미국 통화감독청(Office of the Controller of the Currency, OCC)은 미국 은행들이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을 통해 은행의 결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이제 정식 결제 수단으로 인정받았으며, 미국 은행들은 스테이블 코인을 직접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일종의 디지털 채권인 스테이블 코인은 본원통화와 같으므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본원통화 발행을 허용한 것이다. 미국 증권위원회(SEC)는 대부분 가상자산의 발행은 증권의 발행으로 보고 증권법의 규제를 따라 발행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오고 있는데, 새로운 금융 기술에 대해서도 전통적 규제는 역시 적절히 작동할 수 있다는 포용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돈세탁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특금법에서 가상자산사업을 정의하고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없는 설비 요건을 내용으로 하는 신고제를 도입했으며, 신고 없는 사업 수행을 형사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디지털 경제의 핵심 산업인 가상자산 신금융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영국이 증권형 토큰과 전자화폐형 토큰만 규제 대상으로 하고, 프랑스는 전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ICO를 허용하고 정부가 관련 지침을 정비해 발표하는 것과 정반대다.

미래 신금융을 이렇게 홀대하고서야 디지털 경제 시대에 주력 산업인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바랄 수 없고, 역시 선진국에게 디지털 신금융의 주도권을 내주게 될 것이다. 특금법을 개정해 설비 요건을 완화하고 스타트업들이 쉽게 가상자산사업창업에 나서게 하여야 한다. 금융 상품인 가상자산을 출시할 수 있도록 이를 우선 허용하는 규제를 금융 관련법을 개정해 명시하고, 금융 상품이 아닌 가상자산은 규제밖에 두는 전향적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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