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블록체인 킬러 서비스가 나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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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블록체인 킬러 서비스가 나오기까지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0.11.02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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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집단의 전유물에서 모두의 블록체인으로

[글=이진석 | 오퍼스엠 대표이사]

이진석 오퍼스엠 대표
이진석 오퍼스엠 대표

블록체인 분야에 몸 담고 있거나,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블록체인 영역에서 이제는 킬러 서비스가 나와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본 칼럼에서는 킬러 서비스란 무엇이며, 블록체인 분야의 킬러 서비스가 왜 나와야 하는지, 그리고 킬러 서비스가 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이미 킬러 서비스가 나와 있다. 비트코인이 바로 그것이며, 여전히 블록체인을 이야기하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로 큰 상징성과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수천 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의 아류작들이 양산되어 있다. 블록체인 이전에 강력한 버즈워드였던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빅데이터와 비교해 본다면 오히려 훨씬 성공적인 킬러 서비스를 보유한 IT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블록체인의 또 다른 킬러 서비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그 중 두 가지 이유를 언급하고 싶다.

하나는, 암호화폐가 가져다준 지나친 투기적, 범죄적 이미지에서 탈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를 통해 벌어진 그동안의 사건들은 기업이 블록체인 분야에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 및 투자를 유치하거나, 더 나아가 나라에서 정책을 수립하기 곤란할 정도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워 왔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및 익명성은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조세회피, 범죄수익의 은닉 수단이 되었고, ICO라는 발명품은 다단계 등 투기적 자본 형성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는, 암호화폐 영역은 더이상 데이터를 다루는 근원적인 수준에서의 블록체인 기술의 손을 떠났고, 우리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잠재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디파이(DeFi)나 CBDC 등 암호화폐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가 출현하고 있지만, 그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의 핵심 원천 기술은 이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통해 대부분 소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핀테크 내지는 금융의 영역에서 탈중앙화 암호화폐를 활용하여 새롭게 발명되는 응용 분야가 계속해서 나타나 줄 것이며, 더이상 비금융 IT 분야의 기술 개발이 견인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킬러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흔히들 블록체인 원천 기술의 안정성과 속도의 개선을 이야기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이러한 개선도 중요하지만, 블록체인의 성공적인 서비스를 잉태할 수 있는 토양의 조건은 다른 곳에 있다.

항상 블록체인 기반의 뭔가 나왔다고 했을 때, 막상 실체를 확인하고 난 후의 시장 반응은 백서나 예고편에서 보여주던 기대감과는 달리 뜨뜨미지근하다 못해 최악인 경우가 많았다. 이는 그 서비스를 들고 나온 플랫폼이 사실은 서비스보다는 암호화폐 가격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자체의 위상에 훨씬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도로 상향 평준화되어 있는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지향한다면 갖춰야 할 것들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플랫폼이 무리해서 배타적인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여전히 블록체인 플랫폼은 대부분 암호화폐를 운영하기 위한 기능들로 채워져 있다. 프로그래밍을 위해서는 스크립트 언어 수준의 스마트 컨트랙트가 전부이고,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 관리, 자료 구조 기능은 전무하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플랫폼 또는 기술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서비스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정도로 블록체인 기술을 가볍게 활용하는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들이 오히려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활발하게 이용자를 늘리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이 알고 보니 가볍게 활용되고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기술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플랫폼이나 블록체인 분야의 성패나 이해 관계와 무관한, 그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일반 개발자나 기업이 아무리 애를 써도 블록체인 업계에서 지금까지 내놓은 범용적인 데이터 처리, 엔터프라이즈 지원 및 레거시 연동을 위한 솔루션의 완성도가 아직 기초적인 수준밖에 제공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술을 서비스에 잘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팀들도, 서비스 내 블록체인 기술 비중 대비 지나치게 큰 블록체인 관련 기술팀이나 최고급 인력을 꾸려야만 한다. 이마저도 추가적인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만 블록체인을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

기왕 암호화폐의 부정적인 사회적 영향에 주목하여 규제를 해 놓았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IT 업계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완벽한 탈중앙화 등을 외치는 블록체인 순수주의자들이나, 암호화폐 없이는 블록체인도 없다는 식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호황기에는 특정 영역의 담당자들이 반드시 논의해야 했던 담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전체 산업 영역을 큰 그림으로 바라보고, 그 중 블록체인 기술이 담당하는 영역의 약한 연결고리에 주목하며, 이를 강화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일반 개발자들이나 대중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이해의 문턱을 낮추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인공지능 전공자가 아닌 개발자들도 손쉽게 그 성과물들로 재미있고 기발한 자신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 도구나 라이브러리의 기능은 강력해지고, 개발자들의 진입 장벽은 낮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블록체인 생태계는 IT 분야 전체 대비 닫혀 있고 고립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특정 회사나 영역에서 갑자기 킬러 서비스가 등장하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일반인이나 일반 IT 영역에 블록체인의 저변을 확대하고, 기업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영역을 강화하여 집단 지성이 작동하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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