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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지털 뉴딜’과 블록체인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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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지털 뉴딜’과 블록체인의 역할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0.09.09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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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형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디지털 경제의 발판

[글=이진석 | 오퍼스엠 대표이사]

이진석 오퍼스엠 대표

정부가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을 발표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주체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한국판 뉴딜에 기여하는 동시에 수혜도 누리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판 뉴딜을 살펴보면 가장 큰 정책 방향은 ‘디지털 뉴딜’이며, 그 중심에 디지털 경제, 데이터 등의 키워드가 자리잡고 있다.

사실 우리는 21세기가 도래하기 전 이미 ‘디지털 혁명’을 경험했다. MIT 미디어랩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세상의 기본 단위가 아날로그를 상징하는 원자에서 디지털을 상징하는 비트로 바뀌게 될 것임을 1990년대에 예언한 바 있다. 또한 우리는 문서, 그림, 사진, 영상, 소리 등을 포함하여 우리가 인식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데이터화 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우리의 오감은 이미 이렇게 데이터화 된 비트 기반 콘텐츠들을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고 향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20여 년 전에 우리가 경험한 디지털 혁명과, 한 달 전에 발표된 디지털 뉴딜은 어떤 점이 다를까? 아니, 어떤 점이 달라야 할까? 현재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5G,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주요 기술과의 융합을 이야기하면 충분할까?

이러한 기술들과의 융합은 분명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뉴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겠지만, 단순히 20여 년 전의 디지털 혁명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필자는 블록체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기술 간 융합을 통한 강화 수준을 넘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블록체인의 역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디지털 혁명은 우리 인류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발전과 혜택을 주고 생활과 문화에 큰 변화를 주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균형을 이루고 있던 경제 활동의 기반 원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우리의 정서나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공정성, 가치관에 큰 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날로그 시대에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대상은 실재하는 물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재화와 용역을 거래할 때, 가치의 이전은 대개 비가역적이고 완결성 있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또한 거의 모든 가치는 물건의 ‘원본’이나 ‘진품’에 내재되어 있었으며, ‘사본’은 단순히 참고용인 경우가 많았다. 사본이 유용한 경우도 있었지만 소장이나 거래 대상으로서의 가치는 대부분 원본이나 진품에만 존재했다.

그런데 우리는 디지털 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비트 기반의 세계에서는 사본이 원본과 완전히 동일함을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원본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도 그와 동일한 사본을 무한히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디지털 세계에서는 원본이 원본임을 증명하기도, 특정 데이터의 진정한 소유자가 누구인지 입증하는 일도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인터넷 초창기에는 수많은 음악, 영상 콘텐츠들이 무단 복제되어 공유되었다. 책들은 스캔되고, 소프트웨어는 크래킹 되었으며, ‘공유정신’이라는 공감하기 힘든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콘텐츠들을 무단으로 공유하는 와레즈 사이트들이 범람했다. 다행히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온라인상의 콘텐츠 공유 체계는 처음보다 훨씬 개선되었다. 그러나 이는 기술을 통한 근본적 개선이 아닌, 법과 공권력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콘텐츠들은 하드디스크에서 우연히 생겨난 것들이 아니라 누군가가 노력과 돈과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콘텐츠들을 공짜로 향유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더욱이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콘텐츠를 향유하는 쪽에서 발생하여 콘텐츠를 생산한 쪽으로 전달되는 합리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광고주의 광고비용 집행이라는 기형적인 방식을 따르며, 현대 사회에서는 이 방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유튜브 등 현 시점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들이 이러한 수익 모델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 방식이 누구든 지향해야 하는 바람직하고 상식적인 모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미래에는 디지털 시대 초기, 데이터 자체에 원본성과 가치를 커플링하는 기술이 발명되기 전까지만 유효했던 과도기적 수익 모델의 하나로 평가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데이터 자체에 원본성과 가치를 커플링하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며, 이미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앞서 언급한 디지털 세계의 특성에 반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가령 비트코인은 기술적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구닥다리 취급을 받게될지는 모르나, 이미 비트코인 그 자체로서 소장가치가 있다. 금본위제의 달러와는 달리 비트코인은 어떠한 실체도 없고 지급보증 주체도 없는 데이터일 뿐인데도 말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가장 비싼데이터는 ‘35hK24tcLEWcgNA4JxpvbkNkoAcDGqQPsP’이다. 이 데이터에는 24만 7천 개의 비트코인이 저장되어 있으며, 우리 돈으로 3조 원이 넘는 가치가 있다. 당연히 이 데이터를 무단으로 저장하거나 무한히 복제해서 인터넷에 뿌린다고 해서 저 데이터의 ‘소유자 중 하나’가 되는 일은 없으며, 3조 원짜리 권리를 침해하는 일도 없다.

 

또한 ‘크립토키티’라는 게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고양이는 ‘Dragon’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약 2억 원에 거래된 바 있다. 현재 600ETH에 매물로 나와 있는데 크립토키티 사이트에서 #896775 번호를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물론 그 고양이의 이미지를 포함한 각종 데이터를 얼마든지 다운로드하거나 퍼 나를 수 있으며, 그런 일을 한다고 해서 그 고양이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 고양이의 본래 가치를 지닌 실체도 어딘가 다른 곳에 존재하지 않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 존재하는 데이터일 뿐이다.

블록체인과 별개로 존재하는 콘텐츠의 경우에는 암호화, 암호화폐,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하여 저작권자에게 올바르게 대가를 지불하고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 실제로는 소비자가 아닌 광고주가 광고비를 집행하는 과도기적 방식이라고 해도 중간에 끼어 있는 플랫폼의 운영 상 불투명성을 최소화하여 소비자, 광고주, 생산자가 모두 윈윈하는 모델을 만드는 일 역시 가능하다.

‘화폐이야기’라는 책에서는 화폐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생필품에서 장식품으로의 전환은 화폐의 가치가 그 내재적 가치에서 이탈하는 단초가 되었고, 그 이후 화폐의 역사는 내재적 가치와 결별하면서도 신뢰를 지키기 위한 여정이었다고. 마침내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데이터에 불과한 ‘디지털 신호’가 블록체인 기술을 등에 업고 신뢰를 제공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드디어 아날로그 경제와 디지털 경제의 진정한 연결고리가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필자는 최근 들어 윌리엄 깁슨의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아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단지 쓸 만한 분산원장 또는 공유 데이터베이스 정도의 기술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금까지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이는 더이상 디지털 경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저작권법이나 데이터 3법과 같은 법제도의 정비 혹은 사이버 행정 보완 등의 아날로그적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에서는 올해 블록체인을 비롯한 신기술들을 활용하여 지급결제 시스템을 혁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내년 1월에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인 CBDC를 실험 운용할 계획도 발표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단지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나중에 꺼내어 대조해 보는 정도의 시스템으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로서 기능하도록 응용 분야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마침 디지털 경제를 강조하는 한국판 뉴딜 계획 역시 블록체인과 적절하게 결합된다면, 대한민국 경제가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는데 강력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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