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를 전망한다 ❶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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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를 전망한다 ❶ (1/2)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0.07.06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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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Vision Leader 상반기 간담회

*이 기사는 내용이 많아 두 번에 걸쳐 나누어 게재됩니다.

본 지는 올해 초부터 혁신적인 기술과 비전을 가지고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기술전문기업과 스타트업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2020 Vision Leader’ 연재기획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지난 6월 18일, 상반기를 결산하는 의미에서 10개 기업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상반기 2020 Vision Leader 인터뷰를 진행한 10개 기업 중에서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심버스와 무비블록을 제외한 8개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으며, IT 및 블록체인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가 좌장을 맡아 전체 토론의 진행을 맡았다. 구태언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린의 테크앤로 부문장을 역임하고 있다.

 

2020 Vision Leader 상반기 간담회 참석자

  •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테크앤로 부문장) / 좌장
  • 김영 하이블럭스 공동대표이사
  • 김원범 블로코 대표이사
  • 박보현 BNH코리아 대표이사
  • 오정석 잼픽 대표이사
  • 유재범 몬스터큐브 대표이사
  • 이진석 오퍼스엠 대표이사
  • 전창섭 퀴즈톡 대표이사
  • 황성규 리얼티뱅크부동산종합서비스그룹 회장

이번 간담회는 크게 4개의 주제로 진행됐으며, 사전에 참석자들에게 공유되어 토론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간담회 주제는 다음과 같다.

(Part 1)
2020년 상반기 대한민국 블록체인 산업의 현주소 진단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블록체인 생태계 지형과 극복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Part 2)
❸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❹ 2020년 하반기 블록체인 시장 전망과 비전은?

 

 

2020년 상반기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현주소

구태언 변호사

구태언 변호사(이하 구태언): 다들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서 이 자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안면이 있는 분도 있고, 매체 등을 통해서만 접한 분도 있지만 여기 모인 분들이야 말로 현재 대한민국의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고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전부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분들이다 보니 참석자분들의 비즈니스 비전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간담회의 의제는 총 4개가 있는데, 하나의 주제에 대해 돌아가면서 발언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 그러면 첫 번째 의제인 2020년 ‘2020년 상반기 대한민국 블록체인 산업의 현 주소 진단’부터 발표를 시작하겠다. 발언 순서는 지금 앉아 계신 순서대로, 먼저 제 오른쪽에 계신 잼픽의 오정석 대표님부터 부탁드린다.

 

오정석 대표

오정석 잼픽 대표(이하 오정석):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시장은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의 일상적 삶에 필요한 서비스 상용화 단계까지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한 가능성을 기반으로 자금 조달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부 규제가 이어지고 프로젝트들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이제는 실생활, 특히 최근 주목받는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적용 가능한 사례 중심으로 검증받는 단계로 진입해 옥석 가리기가 한참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블록체인 기업의 자금 조달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블록체인 기반 비대면 상용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블록체인의 본질에 집중하는 프로젝트들이 다시금 주목을 끄는 시기인 것 같다.

 

박보현 대표

박보현 BNH코리아 대표(이하 박보현): 지금까지는 도약을 위한 준비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2019년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적 관심 속에 새로운 기술과 변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했지만 기술과 서비스의 부재와 이를 악용하는 많은 사람들로 혼란한 성장의 과정을 겪었다. 블록체인 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본다.
하지만 2020년에는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어 갈 프로젝트들이 물 밑에서 태동되면서 실제 기술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조용한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급격한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거나 부정하던 기존 기득권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규제를 통한 제도권 진입이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김원범 대표
김원범 대표

 

김원범 블로코 대표(이하 김원범): 최근에는 블록체인 코어 기술 개발보다, 오픈소스를 활용해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가사업 역시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심지어 몇몇 대기업들은 오픈소스를 포크해 만든 걸 ‘자사 솔루션’이라고 광고하는 실정이다. 국가 기관이 주도하는 여러 사업들이 핵심 기술 개발 업체가 아닌, 응용 프로그램 제작사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

 

 

 

김영 공동대표

 

김영 하이블럭스 공동대표(이하 김영): 2019년까지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산업이 활성화되었다면, 2020년에는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대부분 스캠성 프로젝트는 사라졌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많은 스타트업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했고, 오프라인 마케팅(밋업, 콘퍼런스 등)이 불가능해져 브랜딩 및 네트워킹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성규 회장

 

황성규 리얼티뱅크 회장(이하 황성규): 기존의 토큰 발행 위주의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이제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금은 실용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이다. 관 주도로 블록체인 기술을 여러 산업 분야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은 이제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직면해 있다.

 

 

 

전창섭 대표

전창섭 퀴즈톡 대표(이하 전창섭):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다.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은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고점을 찍었고, 부산시가 블록체인 규제 특구로 선정되면서 기대감이 컸으나 지금은 예산도 줄고 스타트업은 모두 빠져 대기업만 남은 상태다. 정부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포석이라 생각하지만 안타깝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과잉 투기 세력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는데, 기술 기반의 블록체인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투자가 아닌 투기 세력들이 몰려 블록체인 산업 전체를 교란시켰는데 이들이 떠나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사업의 진면목을 가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진석 대표

 

오퍼스엠 이진석 대표(이하 이진석): 앞서 다른 대표님들이 언급해주신 것처럼 이제 블록체인 산업을 둘러싸고 있던 불순물들과 거품이 하나 둘 씻겨 나가면서블록체인 기술의 본래의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이 더이상 대기업의 마케팅 수단이 아닌, 기업과 서비스의 생존, 비용 절감, 신시장 개척이라는 숙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진정한 혁신 기술인지 시장의 판단을 기다리는 시험대에 올라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유재범 대표

유재범 몬스터큐브 대표(이하 유재범): ICO나 IEO 등으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고, 기존에 자금 조달에 성공했던 기업들도 자금이 고갈되면서 전반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이 얼어붙어 있다고 본다. 그나마 DID 관련된 기업들이 얼라이언스를 형성하면서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것이 블록체인 분야에서 유일하게 활기가 도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누구도 이렇다 할 사용자 확대 또는 수익모델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에도 폭발적인 사용자 확대 및 수익 모델에 대한 비전 제시가 없다면 향후 블록체인 시장은 더 얼어붙고 거래소 위주의 투기성 시장으로 비정상적인 형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공공 관련 블록체인 과제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업체들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는 걸로 보인다. 코로나19 정국으로 사회 전반적인 패러다임 자체가 언텍트 시대로 바뀐 만큼 블록체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구태언: 좋은 말씀들 잘 들었다. 대표님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기 위한 지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것 같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지금 블록체인 산업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시험대가 마음껏 시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블록체인 생태계 지형과 극복 방안

구태언: 두 번째 주제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사회적 관점에서 블록체인의 시장 접근법에 대한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는데, 사실 그동안 우리는 비대면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너무나 대면적인 방식으로 접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비대면 시대에서 블록체인은 어떠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할지, 아까와 같은 순서로 오정석 대표님부터 의견 부탁드린다.

오정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결국 개인의 비대면에 활동에 따른 교육, 의료, 쇼핑 등 다양한 산업에서 언택트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한창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개인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 조작 방지 및 해킹 방지 등 데이터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 보호 측면에서 데이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시기가 앞당겨 질 듯싶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보다 실현 가능성 높은 결과물을 시장에 내 놓아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블록체인 기술이 일반 대중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보현: 코트라(KOTRA)에서 발표한 중국 코로나 유망 시장 보고서에서 ‘H.O.M.E’을 키워드로 꼽았다. 헬스케어(Healthcare), 온라인(Online), 무인화(Manless), 홈코노미(Economy at Home)를 지칭하는데, 이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변화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파생될 것이다.
비대면 시대는 블록체인의 장점인 신뢰성과 보안적 강점이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정부 정책 지원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개발한 메디우스 플랫폼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의료진 추천/검색 기능과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책적인 제한으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트렌드에 맞춰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원범: 코로나19로 투자 심리가 많이 위축되면서, 블록체인 시장의 중소 플레이어들은 박리다매식 사업 수주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또한 정부 지원 공공사업 역시 대형 SI 위주로 개편되고 있으며, 실제 ‘블록체인 사업 진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코어 기술 개발 업체가 소외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다. 모바일 시장에 빗대어 보면 ‘안드로이드(OS)’를 만들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만 만들지 선택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김영: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오프라인 행사가 단절된 상황에서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분야는 콘텐츠 산업이다. 하이블럭스도 콘텐츠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기업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 콘텐츠 개발과 발행, 마케팅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황성규: 코로나19로 인해 금융, 물류, 의료 등 많은 기업들이 언택트 경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개인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함께 소비와 생산, 교역에 많은 환경에 바뀌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여러 조직과 기업이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블록체인 기업들은 각 산업별로 변화의 흐름과 시장의 니즈를 끊임없이 분석 탐구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전창섭: 각 분야의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는 첨단 기술을 이끌고 있는 블록체인 산업과의 접목을 더욱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은 온라인으로 만나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성을 보증하는 데 최적화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코로나19로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 수업이나 원격근무 등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블록체인 산업에게는 좋은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진석: 앞서 언급한 대표님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버즈워드(Buzzword)가 된 언택트를 비롯하여 IT 기술을 이용한 투명하고도 신뢰할 수 있는 행정 서비스,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지 않고 최대한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역 서비스에 대한 고민 등은 블록체인과 같은 신뢰 기반 인프라 기술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유재범: 블록체인은 사업의 특성상 글로벌 교류가 많은 비즈니스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교류가 단절된 것은 큰 변화의 시작이다. 무턱대고 글로벌만을 볼 게 아니라, 국내 현황에 맞는 블록체인의 시도가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의료, 실생활, 분야별 DID 등 실적을 바로 보여줄 수 있는 디앱(DApp)과 서비스 형태의 기술로 시선이 바뀌면서 블록체인 활용의 다양성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서 체력을 길러 다시금 글로벌 교류가 확대되는 시점에 한국이 이를 리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구태언: 두 번째 의견까지 잘 들었다. 첫 번째 의제와 두 번째 의제를 정리해 보면 큰 축에서 기술 개발과 응용 서비스 개발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기술 개발의 경우 B2B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전개되고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은 반면, 응용 서비스 개발은 B2C 시장을 겨냥하면서 보다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유용한 응용 서비스를 먼저 개발해 생태계 활성화를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을 이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기사로 이어집니다.
▶ Part 2 보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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