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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키보드 워리어, ‘핵티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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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키보드 워리어, ‘핵티비스트’
  • 최형주 기자
  • 승인 2020.06.12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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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주의라는 이념 아래 똘똘 뭉친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

인터넷은 익명성을 전제로 많은 활동이 가능한 가상공간이다. 그리고 여기엔 전사, 자경단 등을 자처하는 이른바 ‘핵티비스트(Hacktivist, Hacker와 Activist의 합성어)’가 존재한다. 이들은 칼보다 펜이 무섭다는 말을 해킹을 통해 실현한다. 이번 시큐엔 히스토리에선 인터넷 역사상 가장 널리 이름을 떨친 핵티비스트, 어나니머스에 대해 알아본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는 아나키즘과 정보의 자유를 표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커 집단이다. 가입을 위한 특별한 방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해킹 능력과 경험 ▲어나니머스와 같은 사상을 가지고 행동하는 해커들은 어나니머스로 인정받을 수 있다.

어나니머스는 지난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2008년 미국의 종교 집단인 ‘사이언톨로지’교에 선전포고를 가한 시점부터 본격적 활동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010년 위키리스크 기부금을 막은 마스터카드, 비자, 페이팔에 대한 DDoS 공격 사건,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layStation Network) DDoS 공격 사건, 영국 중대조직범죄청 공격 사건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어나니머스의 대표적 해킹 사례에는 멕시코 갱단 ‘로스 제타스’와의 대치 사건이 있다. 로스 제타스는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조직 중 하나로 매춘, 무기 밀매, 인신매매, 송유관 석유 탈취, 미국 밀입국 알선 등의 범죄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로스 제타스는 경쟁 조직원들이 있는 술집을 습격해 술집에 있는 인원들을 모두 납치했는데, 이중 한 명이 어나니머스의 일원이었다. 이에 어나니머스는 유튜브를 통해 갱단의 각종 불법 활동과 조직원들의 신상을 공개하겠다며 해당 인원에 대한 석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제타스가 이를 무시하자 어나니머스는 해당 정보들을 팩스로 제타스의 보스에게 보냈다. 어나니머스의 무서운 정보력에 납치된 회원은 곧바로 풀려났으나, 제타스는 풀려난 해당인원에 “보낸 정보를 공개할 경우 풀려난 회원과 회원 가족들을 포함해 무고한 시민을 10명씩 죽이겠다”고 쪽지를 붙여두었다고 한다.

어나니머스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북한이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고 전쟁을 빌미로 미국을 협박하기 시작하자, 어나니머스는 ▲핵무기 개발을 멈출 것 ▲김정은이 물러날 것 ▲북한 민주주의 도입 ▲북한 내 인터넷 검열 중단 등의 조건을 내걸고 북한 웹사이트 다수를 공격하는 ‘Operation Free Korea’ 작전을 펼쳤다.

이들은 사이버 공격을 통해 다수의 북한 계열 웹사이트들에 대규모 DDoS 공격을 가하고, 대남 선전 선동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1만 5천여 명 이상의 가입자 신상 정보를 파악, 국정원에 신고했다.

당시 우리민족끼리는 “한국이 국제 해커 조직을 끌어들였다”며 한국 정부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으며, 2017년엔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중 한국인 13명이 간첩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국내에서 어나니머스의 인지도는 크게 치솟았다. 2014년엔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어나니머스가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예고 동영상이 돌았지만, 해당 동영상을 유포한 것은 어나니머스를 사칭한 중학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어나니머스는 2016년 파리 테러의 배후로 추정되는 이슬람 테러단체를 해킹하고,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해킹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이슬람 테러단체 해킹을 통해서는 유럽 지역 조직원 모집책의 신상정보와 IP 주소를 공개하고, 홍보용 트위터 계정 약 6080개를 차단했으며, 900여 개를공개하는 등의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또한 당시 IS의 선전을 위한 웹사이트 149개와 선전용 동영상 5900건을 차단 및 제거했으며, 미국의 한 매체는 “어나니머스의 해킹으로 전 세계 7개 도시에서 벌어질 예정이던 테러 공격이 무산됐다”고 보도하며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해킹의 본질은 '범죄'

수준 높은 해킹 실력으로 추적이 어렵다고 알려진 해커들을 각국 정부 기관들이 체포에 성공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09년 미국에서 19세의 어나니머스 단원이 체포돼 실형을 받았으며, 2011년엔 터키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한 어나니머스 단원 32명이 체포됐다.

또 2011년엔 어나니머스 분파 해커 조직으로 추정되는 유명 해커 그룹 룰즈섹(LulzSec)의 리더 사부(Sabu)가 FBI에 의해 체포됐다. 사부는 변호사를 고용해 5만 달러에 보석됐지만, 이후 9개월간 FBI에서 해킹과 시스템 소프트웨어 보안 업무를 담당하며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나니머스의 핵심 인물이었던 사부가 연행되고 있다(사진: Wikipedia)
어나니머스의 핵심 인물이었던 사부가 연행되고 있다(사진: Wikipedia)

핵티비스트와 사이버 범죄자들의 행위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어나니머스는 IS를 공격하는 등 많은 의로운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이들이 항상 옳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해킹은 엄연한 범죄이고, 이들은 국가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사이버 범죄도 다수 저질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이 벌인 소니 해킹, 마스터카드를 비롯한 금융 기관 DDoS 공격,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해킹, 영국 중대조직범죄청 공격 등은 명백한 범죄다.

 

줄어드는 핵티비스트, 그러나

IBM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핵티비스트의 활동은 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업계는 여기에 국가 사법 기관의 대응이 강화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핵티비스트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핵티비스트의 활동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자료: IBM X-Force)
핵티비스트의 활동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자료: IBM X-Force)

어나니머스를 비롯해 해체를 선언했던 룰즈섹, 현 시점에서 가장 유명한 해커 그룹 중 하나인 리자드 스쿼드(Lizard Squad) 등이 세계의 많은 조직들의 비리를 파헤치거나 테러 집단, 불법 음란물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사이버 공격을 가하고 있다.

최근 어나니머스는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와 경찰에 책임과 정의를 요구하며, 경찰들의 부패를 폭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나니머스의 해킹은 범죄적 성향이 다분하지만, 앞으로도 인터넷이 존재하는 한 무정부주의를 표방하는 핵티비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진정 칼보다 펜이 강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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