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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에서 기계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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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에서 기계의 눈으로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0.05.29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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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보안 시스템 발전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굉장히 갑갑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마음만 먹는다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추적할 수 있는 감시의 눈길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감시의 눈길을 보안과 안전을 위해서라는 대승적인 사회적 합의에 따라 묵묵히 감수하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감시의 눈길을 영상보안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영상보안은 인류 역사에서 언제 처음 등장했을까?

 

신뢰 기반의 영상보안 시스템

고전 영화나 사극을 보면 중요한 사건을 뒤집는 반전은 대부분 목격자의 증언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시대물에서 누군가의 증언은 통해 불리했던 상황이 역전되기도 하고, 해결하지 못했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단초가 되기도 한다. 지금처럼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길 수단이 없던 시대에서는 사람의 눈이 가장 중요한 보안과 감시의 수단이었다. 즉 사람의 시각 자체가 고대의 영상보안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원시적이면서 직관적인 영상보안 시스템은 큰 허점이 하나 있다. 바로 영상보안 시스템의 주체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목격자의 증언이 사실은 특정 인물을 음해하기 위해 고의로 왜곡될 경우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고대의 영상보안은 신뢰를 바탕으로 성립된다. 또 이렇게 획득한 정보는 객관적인 기록으로 남길 수 없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다.

 

영상 기록 장치의 등장

인류가 기계 장치를 이용해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최초의 사진은 1817년 프랑스의 니세포르 니엡스(Nicéphore Niépce)에 의해서 촬영됐다고 한다. 다만 니세포르 니엡스가 촬영한 첫 번째 사진은 햇빛을 받으면 희미해졌기 때문에 영구적인 기록매체로서의 기능은 수행하지 못했다. 니세포르 니앱스는 여기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를 거듭해 1827년에는 영구적으로 기록되는 사진 촬영에 결국 성공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동영상을 기록한 사람은 누구일까? 1987년 영국 태생의 사진작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가 여러 대의 카메라로 사진을 연속 촬영해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든 것이 역사상 최초의 동영상이라고 한다. 이후 1895년에는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에 의회 최초의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지만, 이 시대에 영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최초의 CCTV는?

인류의 역사에서 CCTV(Closed-circuit Television), 즉 우리가 흔히 영상보안장비로 생각하는 카메라는 언제 처음 등장했을까?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독일에서는 V2 로켓의 시험 발사가 한창이었다. 당시 독일의 높으신 분들은 V2 로켓의 발사 장면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지만, 뜨거운 열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로켓의 발사 장면을 보고 싶었던 그들은 로켓 발사대에 카메라를 설치해 화면으로 지켜보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것이 역사 속에 남아 있는 최초의 실시간 영상감시 사례다.

하지만 독일은 이 CCTV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CCTV 시스템을 지금처럼 공공안전 분야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나라는 미국이다. 1965년 미국의 한 언론에서 CCTV의 필요성에 대한 보도가 실렸고, 그로부터 4년 후에 뉴욕 시청 근처에 처음으로 CCTV 카메라가 설치됐다. 이후 1973년 뉴욕 타임스퀘어에 CCTV가 설치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CCTV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범죄 발생율이 높았던 은행, 마트, 주유소 등을 중심으로 CCTV가 빠르게 보급됐다.

CCTV 천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서울의 주요 교차로 12곳에 처음으로 CCTV가 설치되면서 본격적으로 CCTV가 공공안전을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에는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에 CCTV가 설치됐고, 1990년대에 들어 지하철 역사 내 CCTV 보급률이 증가했다.

CCTV가 도심에 설치되어 치안 유지 용도로 활용되기 시작한 건 의외로 꽤나 늦은 2000년대부터다. 2002년 서울시 강남구에 5대의 CCTV가 시범 운영되면서 범죄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한 용도로 CCTV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CCTV 없는 지역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국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우리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저장장치의 발전

영상보안의 역사는 저장장치의 역사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지금은 모든 영상정보가 저장되고, 필요에 따라 여러 곳에 공유되기도 하지만, 초기 CCTV 시스템에는 저장을 위한 장치가 아예 없었다. CCTV 시스템에 저장 기능이 생긴 것은 자기테이프 방식의 저장매체가 보급된 이후부터다. 초기 CCTV 영상의 저장매체로는 오픈 릴 방식의 자기테이프가 사용됐는데, 녹화 시간도 짧은 데다가 테이프 교체 방법도 번거로워 불편함이 많았다.

그러다 1970년대에 VCR이 개발된 이후 CCTV 영상 저장의 편의성이 대폭 개선됐다. VCR은 우리가 흔히 비디오테이프라고 부르는 형태의 저장매체로, 오픈 릴 방식과 마찬가지로 자기테이프를 사용했지만 편의성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비디오테이프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비디오테이프의 녹화 시간도 그리 길지는 않아서 최대 6시간 정도에 불과했고, 또 반복 녹화 시 테이프의 수명이 줄어 영상 퀄리티가 급격히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당시 CCTV 시스템의 운영비용이 크게 상승했다고 한다.

요즘은 거의 볼 수 없는 추억의 저장매체 비디오테이프
요즘은 거의 볼 수 없는 추억의 저장매체 비디오테이프

이 문제를 타개한 것이 바로 디지털 저장장치였다. 하드디스크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의 저장장치와 비교해 용량과 속도, 그리고 보관의 안정성까지 월등히 뛰어났기 때문에 CCTV 시장에서 크게 환영받았다.

하드디스크 같은 디지털 저장장치를 CCTV 업계에서는 Digital Video Recorder, 줄여서 DVR이라고 부르는데,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CCTV 산업은 이 DVR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기도 했다. DVR은 지금도 영상보안의 저장 매체의 주류로 사용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CCTV 기업들은 세계 DVR 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화질, 고성능으로 진화 중인 영상보안

영상과 관련된 기술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도 4K의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당연히 CCTV 카메라의 성능도 과거 SD, HD 해상도에서 FHD, 4K 해상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영상보안 장비는 무조건 해상도가 높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령 4K 해상도의 영상은 FHD 해상도의 영상과 비교해 2~3배의 저장공간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CCTV는 24시간 작동되고 많은 영상을 촬영해 저장하기 때문에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저장장치의 용량도 몇 배씩 커져야 한다. 즉 그만큼 많은 설치 및 운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CCTV는 무조건 고해상도의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고, 장소와 설치 목적에 따라 최적화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최신 영상보안의 역할은 단순히 보안과 안전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업 분야에서 영상분석을 통한 생산 효율성 향상이나, 리테일 매장에서 고객 동선 파악을 통한 판매 전략 수립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시티의 통합 컨트롤 타워인 관제센터, 드론과의 결합을 통한 감시 시스템 등 영상보안은 최첨단 기술과의 결함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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