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도화의 텃밭에 블록체인·암호화폐 꽃을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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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도화의 텃밭에 블록체인·암호화폐 꽃을 피우자
  • 조중환 기자
  • 승인 2020.01.30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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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기일수록 인내와 준비가 필요
류인수 delio.io 전략담당이사

작년 한 해, 암호화폐 업계는 시장거품의 붕괴, 일부 ICO 업체들의 모럴해저드로 인해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등, 시종일관 침체된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 탓이었는지,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주목할 만한 진전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많은 인력과 회사들이 업계를 떠나는, 소위 탈블(탈블록체인)현상이 속출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며 닷컴버블시대의 데자뷰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이러한 인고의 시간들이, 혁신의 씨앗을 뿌리고 그것을 잘 배양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와 기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며칠 전, 구글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기사를 접했다. 구글은 2004년에 IPO를 했고, 올해로 16년 만에 애플, 아마존, MS에 이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서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구글은 닷컴버블 붕괴 이후에도 혁신을 멈추지 않았고, 씨앗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 거름과 물을 주며 인고의 시간을 견뎠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에서도 누군가는 그 당시의 구글처럼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주, 2020년 정부 블록체인사업 통합 설명회에 다녀왔다. 발표회 장소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모습에서 희망을 느꼈다. 중·장기적 안목으로 공공에 적용하는 기술개발과 함께, 일상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DID (블록체인인증기술)나 암호화폐 기반 금융사업들(CeFi, DeFi)이 빨리 가시화되어 Mass adoption(시장수용)을 일으켜야 한다.

암호화폐는 국가의 대표적 규제 영역인 금융과 신원 인증과 맞닿아 있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배척할 수 없다. 이러한 틀 안에서 성장하고, 다시 틀 밖의 사고로 틀을 깨고 정립하는 파괴와 창조의 작업이 반복해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 올해 입법이 되고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도 더욱 공론화되어 공정하고 투명한 과세 기준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업계를 짓눌러 왔던 자금 세탁이나 탈세 같은 문제에 대해 떳떳해 진다면 제도적 지위도 점차 요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불확실성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업계 발전을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 같은 외부의 자극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능동적인 의지로 빨리 추진되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꼭 당장의 국가 금융 시스템에 블록체인기술, 암호화폐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미래금융은 전자화폐나 네트워크 상의 가상자산 형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접근했어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였을 것이다.

올해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메이저 코인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지고 난립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통폐합과 정리 절차가 예상된다. 이러한 큰 변화와 더불어 암호화폐 업계도 제도권 진입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이제부터 진짜 혁신과 성장을 내실 있게 준비하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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