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IC2019] “강력한 블록체인 컨트롤타워 설립, 더는 늦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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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IC2019] “강력한 블록체인 컨트롤타워 설립, 더는 늦으면 안 돼”
  • 이건한 기자
  • 승인 2019.12.05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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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블록체인 산업, 과연 가능성이 있는가 - 7인의 패널토론회

[CCTV뉴스=이건한 기자] ‘블록체인, 이제 가능성이 아닌 성과를 말한다’는 슬로건과 함께 개최된 제3회 BIIC 2019(블록체인 산업혁신 컨퍼런스)의 오전 마지막 세션에서는 박성준 동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고려대 김형중 교수, 심버스 최수혁 대표, 글로스퍼 김태원 대표, 사가 사바히(Sagar Sarbhai) 리플 아시아태평양 규제 총괄 임원, 쿤 루카스 하르토흐(Koen Lucas Hartog), 네덜란드 정부 블록체인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 필립 아네스(Phillip Enness) 글로벌IBM 아태지역 블록체인 총책임자 등 7인의 전문가가 단상에 모여 ‘한국 블록체인 산업, 과연 가능성이 있는가?’란 주제로 깊이 있는 대담을 나눴다. 

국내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을 진두지휘할 강력한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큰 문제라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 글로스퍼 김태원 대표는 “원스톱 지원 체계가 절실하다. 지금 중소기업벤처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블록체인 지원 프로젝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블록체인 사업지원 센터들이 체계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못하고 단순히 중기부나 과기부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교환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 또한 잘못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글로스퍼 김태원 대표(왼쪽)

박성준 교수는 이런 상황을 두고 “대답 없는 메아리 같다”고 표현했다. 정부 차원의 블록체인 컨트롤타워 설립은 이미 3~4년 전부터 꾸준히 건의해 온 문제지만 아직도 큰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박 교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사실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우리 행정부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이며,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아닌 블록체인 위원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수혁 심버스 대표도 이 문제에 강한 공감의 뜻을 보이며, 과거 우리나라가 정보화 진흥 정책을 펼치던 시기와 지금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온도 차이에 대한 간극을 예로 들었다. 최 대표는 “20년 전 우리 정부가 정보화 국가 진흥 정책을 상당히 공격적으로 펼치던 시기에 팀장급으로 참여해 일해본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모든 공무원이 일사불란하게 1차 계획을 만들고 실행과 관련된 모든 부분은 현재의 행정안전부가 가져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함으로써 정보화 1등 국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관련 위원회를 만들었음에도 거의 식물인간과 다름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건 사실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현재 정부의 정책 자체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른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수소차, 혹은 여러 금융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분산 시스템 기반의 블록체인이 지닌 막대한 잠재력을 정부 관리들이 잘 모른다”고 토로하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최수혁 심버스 대표(가운데)

정부와 관료 사이 엇박자 문제도 거론됐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방향성이 마련돼야 공무원들도 이에 따를 수 있는데 지금은 무조건 규제부터 하거나, 혹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식의 상반된 태도가 이어지며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방치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중국과 베트남 같은 국가들은 우리처럼 블록체인 진흥에 대한 뜻을 함께하는 국가지만, 이들은 블록체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되 ‘토큰 다단계’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을 확실히 일망타진하는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즉, 정부와 관료들이 한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과거 정보화 진흥 시절을 본받아 우리 정부도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한 확실한 방향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와 해외에서 주로 사업을 진행하는 리플, IBM의 온도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한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블록체인·암호화폐 사업 진행을 유연하게 진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법의 테두리, 그리고 정부의 방향성이 마련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지금 한국의 상황은 다소 어색한 이야기로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리플의 사가 사바히 규제 총괄 임원은 “리플의 창업자는 리플의 성공과 변화를 위해 처음부터 규제 당국과 협업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리플은 우선 40여 개 국가 중앙은행과 협업해 그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자 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고 있던 은행들이지만, 그들의 눈높이와 기준에 맞춰 리플의 프로덕트를 조정하고, 리플의 활용이 은행 시스템에 새로운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박성준 동국대 교수, 사가 사바히 리플 아태지역 규제총괄 임원, 필립 아네스 글로벌IBM 아태지역 블록체인 총책임자

또 “일부는 싫다고 하겠지만 정부와도 계속 협력을 제안할 필요가 있고, 실제로 제대로 된 사용 사례를 만드는 기업들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금은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된 긍정적인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있는 나라들이 있으며,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국이 새로운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 규제를 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그 속도는 제각각일지라도 기업들이 당국을 향해 교육적인 메시지와 긍정적인 사례를 지속해서 알려 그들의 닫힌 시야를 일깨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한국 국민은 신기술 도입에 관대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한 우리의 높은 관심도 그렇지만, 과거의 선제적인 기술 도입 성공사례를 통해 얻은 DNA를 살려 주변국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한국만의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만들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쿤 루카스 하르토흐 네덜란드 블록체인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

하르토흐의 이야기에서는 한국과 네덜란드 정부가 블록체인을 대하는 접근 방식에 대한 보다 큰 간극이 느껴졌다. 하르토흐은 “여러 유럽국가 중에서 규제가 강한 편인 네덜란드도 어떤 블록체인 비즈니스인가에 따라 대화를 달리한다. 만약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과 같은 주제라면 여러 애로사항들이 발생하겠지만, 네덜란드는 기본적으로 기업과 기업, 그리고 정부 사이의 비공식 협력이 잦은 나라”라고 말했다.

하르토흐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일단 기업이 정부 규제 기관이과 이야기하거나 미팅할 수 있는 기회가 자유롭고, 이것이 곧 타협과 협업의 기회로 이어지기 쉽다는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대화조차 쉽게 하기 어려운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의 입장에선 부럽게 여겨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렇다 보니 하르토흐가 말하는 네덜란드의 고민도 우리와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하르토흐은 “네덜란드 내부 분위기와는 별개로, 유럽연합(EU)에 속한 측면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아무래도 다른 유럽국가들과 공동체 개념을 이루고 있고, 그 안에서 네덜란드만 독단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련된 규제들을 만들어나가기 어려운 부분들은 다소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EU 차원에서도 새로운 블록체인 규제들이 논의되고 있고, 각 국가들은 자신들의 법체계에 맞춰 이를 해석해가는 중이다. 아마 내년에는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문제들이 해결돼 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

김형중 교수는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사고의 전환’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네덜란드의 경우 실패를 인정하고 여기에서 얻은 교훈을 전파하려는 자세 등이 부럽게 여겨진다”며, “이와 달리 한국은 여전히 누군가 프로젝트에 실패할 경우 다시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비난하는 분위기가 문제”라고 말했다. 만일 99%의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기업에는 꾸준한 두드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당장 보수적인 우리 공무원들의 생각을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한국의 경제학자들 중에서도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정부를 설득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은 의료, 법학계에서 블록체인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고, 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꾸준히 블록체인 인재를 선발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기조야 어떻든 기업은 제 갈 길을 하며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원 대표도 “올해 정부의 블록체인 산업 기조가 그래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언급했다. 특히 이제 블록체인 기반 기업들이 꼭 블록체인 프로젝트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이 고무적인 부분이다. 김 대표는 “일례로 올해 광주 스마트챌린지 사업은 블록체인과 전혀 상관없는 사업이었음에도 이를 블록체인 기업이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과거에는 10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300개의 블록체인 기업이 달려들었다면, 이제는 스마트시티나 스마트팜 등 다양한 영역으로 도전의 기회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립 아네스(가운데)

이 밖에도 외국에서는 최근 블록체인 정책과 관련해 큰 변화를 맞이한 중국을 향한 관심이 지대하다. 이에 대해 묻는 박성준 교수의 질문에 필립 아네스 글로벌 IBM 아태지역 블록체인 책임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비즈니스를 분리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특히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완전히 다른 개체이며 성격도 다르다. 물론 둘을 블록체인이라는 하나의 기술 안에서 분석하게 되겠지만, 그 둘이 항상 함께라는 가정을 할 필욘 없다. 그보단 실제 응용하는 부분에 있어 각각 어떤 영향과 기회를 만들어 내게 될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현재 중국도 그렇고,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싱가폴 정부 등에서도 블록체인 진흥 정책을 적극적으로 드라이브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자체를 미는 경우는 적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암호화폐 활용을 완전히 배척한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도전 과제 중 하나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한국도 이 부분에 대해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들이 명확하다. 따라서 그것들을 선결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발전은 힘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정책 진흥을 촉구하기보다 눈앞에 당면한 문제들을 먼저 풀어가며 점진적인 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BIIC 2019 행사장 전경

이후 토론의 마무리에서도 박성준 교수는 다시 한번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부 정책이 변하지 않으면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도 없다. 전 세계는 벌써 발 빠른 변화를 시작한 만큼 우리도 그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며, “내년 BIIC 2020는 ‘대한민국의 블록체인 산업 진흥, 과연 잘 되고 있는가?’란 주제로 진행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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