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블록체인 암호화폐, 최적의 나라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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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블록체인 암호화폐, 최적의 나라는 어디인가?
  • 조중환 기자
  • 승인 2019.07.02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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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선 심버스 칼럼니스트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못 해먹을 나라라는 말이 들린다. 그 사람은 암호화폐로 뭘 단단히 해먹으려고 했던 것일까? 라는 장난기 어린 생각이 스치기도 하지만, 이런 말들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서는 공감도 간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블록체인은 장려하되 암호화폐는 백안시하는 나라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이상하지 않은가? 신작로를 내는 건 찬성하지만, 길 가에 주유소나 휴게소를 두는 건 절대 안된다 라는 이야기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과연 이 황량한 블록체인이라는 길 위로 암호화폐라는 차량이 달릴 수 있는 것일까? 조만간 길을 달리다 서 버린 차량을 견인하기 위한 레커차들이 난무하게 될 지 모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렇게 비아냥거릴 것이다. “내가 뭐랬어? 암호화폐는 신기루라니까?”

그러면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연비가 많이 드는 사업일까? 오히려 그 반대다. 암호화폐처럼 투자비용이 덜 드는 사업도 흔치 않다. 컴퓨터 하나 들고 뛰어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달려들 수 있는 일이며 소요비용 대비 큰 성과를 일으킬 수 있는 혁명적인 사업분야이다.

그런데 그 총기 넘치고 가슴 뜨거운 젊은이들은 투자 받을 길이 막연하다.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어쩌면 비정상적인 일이 생길 것을 염려하여 주유소나 휴게소를 없애는 일은, 비행청소년이 될까봐 아이를 밖에 내보내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애매한 칸막이 철조망과 장벽들은 오히려 범죄가 스물거리는 슬럼가를 형성하게 될 것이 뻔하다.

▲ 게티이미지

그렇다고 암호화폐 자체를 불법으로 정한 것도 아니다. 불법도 합법도 아닌 비법(非法)상태. 마치 당신을 사랑하진 않지만 헤어지자는 것은 아니다, 같은 애매모호한 상태다. 이런 정부의 태도에 질려서 해외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뉴스에서 접하는 해외 블록체인 암호화폐 소식은 우리나라 현황과 너무 대조적이어서 동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에 환상적인 국가로 꼽힌다.

에스토니아에서 암호화폐 기업의 라이선스 신청이 정부 승인을 받는 데 걸리는 기간은 단 2주에 불과하며 이미 발급된 관련 라이선스가 900건이 넘는다고 하니 부러워할 만하다. 그리고 에스토니아에서 정부의 승인을 받은 암호화폐 기업은 유럽연합(EU)에 가입된 국가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더욱이 에스토니아 정부가 승인하는 전자 주거권(e-residency)을 보유한 이들에게는 결제 수단으로 자체적으로 발행한 암호화폐 에스토코인을 허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우리나라 국회에 와서 적극적인 암호화폐 친화론을 펼친 바도 있다.

스위스는 어떨까? 스위스의 주크는 이미 크립토밸리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으며, 한국의 몇몇기업들도 그 곳에서 ICO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한다. 스위스의 온라인 소매업체인 디지텍 갤럭서스(Digitec Galaxus)가 암호화폐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리플(XRP)등 총 10종의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은 몇 년 더 앞서 있다. 니케이(Nikkei)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의 약 40%가 엔화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개정안을 내년 4월에 시행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비트코인 창조자의 가명이 거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어떨까?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 암호화폐와 관련해 가장 진보적인 국가 중 하나이다. 수천 개의 블록체인 기반 신생기업이 군웅할거하고 있으며, NEO, VeChain, Qtum, TRON 등의 자체 최상위 암호화폐 및 스마트 계약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일전에 중국 암호화폐거래소 밋업에서 중국거래소 관계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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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암호화폐거래소가 이미 차고 넘쳐요. 그런데 굳이 인구 많은 중국 놔두고 한국에 거래소 진출하려는 이유라도 있나요?”

“한국에 거래소가 많다고요?”

“그럼요. 아마 100개는 될 걸요?”

“그래서 한국에 진출하려는 거예요. 중국은 1만 개가 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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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정말 1만 개? 아마 상징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중국이 한국 블록체인시장에 진출하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국 내의 무서운 규제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규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규제와는 강도가 다르다. 코인의 ‘코’자만 말해도 잡혀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요즘 경제적으로 피어난다는 베트남의 경우도 비슷하다. 대만의 경우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시장 자체가 작다. 캄보디아 역시 마찬가지. 싱가폴은 의외로 지지부진한 모양이다. 돌아보니 역시 시선은 다시 한국으로 온다.

그러면 우린 어느 나라를 볼 것인가?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가장 많은 비율을 점유하고 있는 나라이니 가장 큰 기회의 땅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크레바스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돌아온 사례를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중국은 한마디로 가성비가 매우 좋은 나라다. 핸드폰도 자동차도 그들의 압도적 가성비 앞에 무너지고 있다.

암호화폐의 세계에선 어떨까? 이 세계에서는 묘하게도 중국의 스타트가 더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비트메인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Q-TUM, NEO라는 메이저 플랫폼이 구축되어 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수많은 코인, 토큰이 만들어 지고 있는데 그 중 상당수의 개발 인력이 중국인이다. 이는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다.

온톨로지의 경우는 그 기술을 우리나라가 밴치마킹해야 하는 수준이다. 우리가 애초에 앞서 달려도 추격을 막아 내기가 버거운데 출발부터 처지고 있다.

한국의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어디쯤 와있는 것일까? 필자가 속해 있는 블록체인 플렛폼 심버스는 인큐블록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여의도 위워크에서 1년여의 시간을 지낸 적이 있었다.

여기서 수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의식이 젊은 그들이 꿈꾸는 경제적 이상 세계의 포부는 경이롭고도 가슴 벅찬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천재들의 스타트업이 충분히 개화할 장이 만들어져 있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거리는 아직도 회색빛이다.

법과 규제정립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지금, 여명의 비법(非法) 상태가 한없이 길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우리나라 블록체인계가 슬럼화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두려움이 엄습한다.

가장 염려스러운 일은 가능성 있는 천재들을 다른 나라에게 뺏기는 일이다. 이제 여기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이 곳에서, 거대한 새벽시장을 준비하는 설레는 수런거림이 일어나야 하는 것 아닐까? 밀물이 들어올 때 일부 일어났다 스러지는 거품이 두려워 도도한 조수를 막는 일은 이제 그만 둬야할 것이다.

가슴을 활짝 열고 파도든 바람이든 모두 받아들일 때다. 우리나라야 말로 블록체인의 크립토피아를 건설할 최적의 나라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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