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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출된 영업비밀, 그런데 우리가 동의했다고?

대법원 영업비밀 활용의 묵시적 승인 인정, 계약 초기 사용 범위 명확화 필요 박지성 기자l승인2019.05.27 14:59:49l수정2019.05.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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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뉴스=박지성 기자] ‘센스 좋다’는 말은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칭찬 중 하나이다. 굳이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의중을 알아서 헤아릴 줄 안다는 것은 분명 큰 덕목이다. 반면, ‘눈치 없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한 대상 중 하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바로 ‘말하지 않아도’라는 전제로 인해 상호 간의 기대치가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비단 개개인 사이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계약관계를 맺은 양 사 간에도 ‘묵시적’ 합의로 이해를 한 부분에서 충돌이 왕왕 발생한다. 
 
 
갑 회사는 A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을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갑 회사는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을 회사에 설계와 관련된 기술자료를 넘겼다. 이 후 프로젝트가 종료된 시점에서 을 회사는 갑에게 서면 등으로 명확히 동의를 받지는 않았으나 묵시적 동의를 받았다고 판단해 갑 회사의 기술자료를 사용하였다. 이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갑은 자신들의 영업비밀 자료가 도용됐다며 을에게 소송을 진행했다. 이런 경우,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라면, 비밀 유지의 의무가 있다!!
 
우선, 갑 회사의 기술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들(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 충족하는 경우 을은 계약관계 상 영업비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런 의무는 계약 유지 중에는 물론이고 종료 후라도 유지된다.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는 약정이 없더라도 인적 신뢰관계와 특성 등을 비춰 신의칙 상 또는 묵시적으로도 비밀유지 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본다. (대법원 96다16605)
 
따라서, 을이 갑회사의 기술자료에 대한 사용 승낙 없이 유출한 경우라면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라)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여 갑에게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 묵시적 승낙 의사표시 인정
 
공유된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속성을 갖추고 있다면, 이에 대한 비밀유지의 의무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이런 영업비밀 사용에 대한 ‘승낙이 있었느냐’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최근 대법원은 영업비밀을 사용하도록 승낙하는 의사표시는 일정한 방식이 아니더라도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원고였던 갑 회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을의 손을 들어 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17다284885)
 
대법원은 ①원고와 피고간 계약상 이 사건의자료가 필수적으로 이용되고 향후 프로젝트 사용 시 중요한 참고자료로 이용 될 것이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는 점. ② 갑의 설계 용역사가 피고가 제공하는 자료를 기준으로 기존 설비 조사, 검토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도록 돼 있는 점. ③ 이 후 을의 모회사가 공유된 자료를 토대로 후속 작업에 이를 토대로 일정 수준의 맞춤화를 통해 작업을 진행했으나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거나 별도의 사용승낙을 받은 예가 없다는 점. ④ 갑은 설계자료를 토대로 설계용역을 수행한다는 설계기술용역 수행계획서를 검토한 적이 있고, 해당 계획서에는 설계 용역사에게 설계자료가 제공될 것이 예정돼 있는데도 갑은 이와 같은 업무내역등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지 아니한 점을 이유로 해당 자료가 사용돼도 무방하다는 원고인 갑의 묵시적 승낙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기대하지 말고, 명확하게 해라!
 
요약해서 말하자면, ▲ 갑은 자신들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후속 작업들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 실제로 이런 활용들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대가나 사용 승낙을 한 바가 없었으며, ▲계약 당시 이런 인지에도 불구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묵시적 승인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즉, 대법원은 묵시적 의사표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존재여부는 1) 거래 상대방과 체결한 영업비밀 관련 계약의 내용, 2) 영업비밀 보유자가 사용하도록 승낙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범위, 3) 관련 분야의 거래 실정, 4) 당사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관련해, 법무법인 태일 최재윤 변호사는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영업비밀을 사용하도록 승낙하는 의사표시를 묵시적으로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았으나, 이 사건도 대법원까지 가서야 확정이 될 정도로 몇 년간 분쟁으로 인한 당사자 간 다양한 소모가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영업비밀 승낙의 의사표시는 분쟁의 여지가 없도록 당사자 사이에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줬다.
 
센스와 눈치에 기대기 보단, 사전에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상대방과의 인간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실망을 줄이는 좋은 대안이 된다. 하물며 개인 대 개인의 관계도 이런데, 기업과 기업과의 관계에서는 굳이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영업비밀#대법원#묵시적승인#최재윤 변호사

박지성 기자  park.jisung@tech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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