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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잊힐 권리 시대, 기록은 필요한 것일까

이기혁 | 중앙대학교 교수
이승윤 기자l승인2019.05.03 09:09:05l수정2019.05.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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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뉴스=이승윤 기자] 2010년 스페인의 마리오 곤잘레스 변호사는 과거 신문기사에 났던 자신의 채무와 재산 강제 매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계속 검색돼 자신의 생활이 고통받고 있다며 신문사와 구글에 신문기사와 검색결과 삭제를 각각 요구했다.

이에 2014년 5월 유럽사법재판소(ECJ)는 해당 신문사에 대해서는 기사 삭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구글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처리자(Controller)로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과거 채무와 경매에 대한 신문기사를 구글 검색 결과에서 삭제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와 같이 기록은 몇 년 전부터, 몇 만 년 전의 과거를 재현할 수 있게 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한다. 오늘날 IT 기술의 발전 덕분에 문자뿐만 아니라 사진, 음성, 동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기록된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며 검색하는 기능을 더해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 중앙대학교 이기혁 교수


첫째로 기록생산의 가장 친숙한 이유는 사적인 것이다. 개인기록은 사사로운 개인이나 가족에 속한 특정인과 관련돼 있다. 개인기록에는 출생·결혼·죽음 등과 같은 삶에서의 중요사건들이 담겨있을 것이며 그 형태도 일기장부터 결혼식 영상자료나 가족의 휴가사진 등 다양하다.기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로 기록에는 사회적 특성을 지니는 것도 있다. 이런 기록에서 개인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집단 속에서 활동하는 존재이다. 직원명부·회의록·정책기록과 그 밖에 사회적인 활동 또는 집단적으로 참여한 내용을 담은 기록을 생산한다.

셋째로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된 기록이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돈을 벌고 관리하고 쓰는 과정에서 경제적 상황을 나타내는 많은 양의 유용한 기록이 만들어진다. 이런 기록은 신용 관리나 자금회계, 채용, 해고, 임금 지불, 근무 평가 등 고용인과 피고용인 모두에게 중요하다.

넷째로 법적 영역에서도 많은 양의 기록정보를 다룬다. 국가는 체계적인 정보의 기록자이다. 기록은 헌법상의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데 필요하기도 하지만 전체주의 독재국가의 비밀경찰의 파일처럼 반대로 시민을 해치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

다섯째로 어떤 기록정보는 순전히 기능적이고 도구적인 성격을 지닌 것도 있다. 특정 방식으로 사용되거나 단지 존재 그 자체가 특정 목적에 부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건축도면과 청사진은 미적으로 외관을 표현하면서도 건물을 짓기 위해, 지은 후 유지보수를 위해 실용적이며 도구적인 의도로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상징적 목적이 의도된 기록도 있다. 출생·사망·혼인에 관해서는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행정기관이나 종교기관에서 기록하지만 예를 들어 족보에 이름과 날짜를 적어두는 일이 중요한 것은 물리적·시기적·지리적 간격에도 불구하고 세대를 넘어 가족이나 가문을 상징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방법이라는데 있다

오랜 기간 기록을 보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록의 보존은 구체적인 시점이나 특정 용도를 정확하게 예견할 수는 없지만 기록 생산자나 관리자가 미래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개인의 삶은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일생의 순간이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모바일과 웹의 발달과 함께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필자는 프리이버시를 혼자 있을 권리, 자기정보 통제관리권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에 로그인하는 행위는 기록을 남기며, 인터넷상의 흔적들이 원하지 않는 제3자에게 노출돼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국가 감시체제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우리는 잊혀질 권리라고 종종 사용하는데 국어표기법에 따라 잊힐 권리로 써야 한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 상에서 잠재적으로 나타나 있는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포함하는 각종 자료의 삭제를 요구하며 해당 자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 상에서 자신 또는 타인에 의해 창출된 지속적으로 검색되는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포함하는 자료에 대해 각종조치를 통해 타인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권리이자, 타인에 의해 해당 자료가 삭제돼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이다. 디지털 시대의 잊힐 권리는 개인정보의 무한확장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예방을 위해서 반드시 보호돼야 할 권리이다. 2019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개인정보의 활용에 방점을 두지만, 보호가 우선이 돼야 한다.

#잊힐 권리#기록#개인정보

이승윤 기자  hljysy@cc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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