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블록체인 공공 투자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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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블록체인 공공 투자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필요하다
  • 조중환 기자
  • 승인 2019.01.30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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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제 서강대학교 교수

2019년 초 블록체인 전문 기업과 대학은 과기정통부가 연말에 공고한 블록체인 연구 개발 및 시범 서비스 등 정부 지원 사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말에 IITP(정보통신기술기획평가원)와 KISA(인터넷진흥원),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는 19년도 정부지원 사업을 공동 발표했고, 그 지원 마감이 1월 말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78억 원, 시범사업에서 117억 원, 블록체인 전문기업 지원에서 60억 원씩 3개의 기관이 동시에 설명회를 하고 과제 접수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사실상 정부의 대규모 사업에 참여할 기회는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기정통부 이외에 다른 부처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개발 과제들도 곧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1월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년 내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몰아치던 투자열풍이 꺽여,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히면서 기업들이 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공공분야의 투자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특히 KISA가 중심이 된 시범사업 15개의 117억 원, IITP의 6개의 서비스 플랫폼 과제 30억 원과 NIPA의 자유공모 과제 10여개의 50억 원이 모두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용 과제이기 때문에, 50여 개에 불과한 국내 중소기업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미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마련한 기업조차도 이번 공공사업을 통해서 자사의 기술을 적용하는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선도 기업들과 대기업들도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도에 블록체인 신규 사업이 162억 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2019년 255억 원으로 정부투자가 증가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3개의 서로 다른 기관과 목적을 가진 사업들이 이렇게 공동으로 사업을 공고하고 동시에 연구기관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 정부와 공공기관이 상호간에 조정과 협력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 뼈아픈 예비타당성조사의 실패

하지만, 정부로부터 들려오는 이런 훈풍 속에서도 우리 몸을 움츠리게 하는 몇가지 소식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그 첫 번째는 1년 4개월여를 추진하던 과기정통부의 블록체인 신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최종 탈락했다는 소식이다.

블록체인 신규사업은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세계의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핵심기술과 서비스 개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7년간 국고 4282억 원을 포함한 총 5566억 원규모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됐을 경우 2020년부터 연평균 600억 원 정도가 블록체인 핵심 기술과 타 분야와의 융합 기술, 서비스 개발과 생태계 구축에 활용될 것이었다.

이 사업의 실패에 따라 2020년 이후에는 블록체인 핵심 기술 연구개발 사업이 대폭 감소할 위험에 처하게 됐다. 연구개발사업은 2018년부터 300억 원의 예산 한도로 지정된 사업을 진행하게 됨에 따라 내년에 투자할 예산을 거의 모두 투입한 상황이다.

이번 예비타당성조사의 실패에 따라 블록체인 선도국가로서 위상의 한축이 무너질 위험에 처하게 됐다는 것에 많은 블록체인 연구자들이 우울해 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제2의 인터넷으로 우리의 미래 사회 시스템을 혁신하는 주요 인프라 기술로 보고 있다. 그리고 기술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ICT 기술중에서는 5G, 반도체 등과 함께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술 중 하나다. 우리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ICT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를 따라가는 추격형 모델을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에 반해 아직 역사가 짧은 블록체인 분야는 집중만 한다면 우리나가가 세계 선도 국가로 올라설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분야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계획한 정부투자금만 보면 ICO를 통해 1년간 약 4500억 원(42억 달러)을 모금한 EOS의 투자금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2025년 세계 GDP의 10%가 블록체인에 기록될 것이라는 다보스 포럼의 예측을 상기하면 4000억 정도의 연구투자로는 부족하도고도 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정부의 자금이 민간분야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마중물의 개념이라면 미래 인프라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투자로서는 적지 않은 예산이기도 하다. 즉 정부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투자는 그 몇배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렛대라는 뜻이다.

 

▲ 개발보다 활용에 초점 맞춘 발전은 한계가 있다

이번 예비타당성조사와 정부의 블록체인 투자를 보면서 아쉬운 점은 블록체인에 관한 장기기술투자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과 IITP의 ‘2023 중장기 로드맵’을 보면,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3세대로 나눠, 3세대는 성숙기로, 확장성과 블록체인 간 상호운용성 등이 핵심이 되는 시기로 분류했다. 이런 정부의 분류와는 달리 이미 민간분야에서는 현재 3세대 블록체인의 시기에 들어와 있고, 각 기업들이 모두 저마다 확장성이나 성능개선 등 3세대의 문제점을 개선했거나 곧 개선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더 나아가 4세대의 문제를 풀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즉 블록체인을 3단계로 구분한다면 이미 우리의 기술개발과 기업의 핵심역량이 모두 3세대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향후 7년간을 또다시 3세대 기술에 투자한다면 기존 민간 투자와의 차별화가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예비타당성조사와 같은 차세대 블록체인 기술개발 사업은 민간분야의 연구개발과 차별화된 정부전략을 효율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사업의 일환으로 1500여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서비스 기술개발은 2018~2019년에 이미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 사업과의 분명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4세대 블록체인 기술을 정리해, 블록체인이 인프라가 되는 시대를 정의했으나, 블록체인 인프라 분류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으며, 사실상 3세대와 4세대에 대한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이 약점이었다. 따라서 이미 기업이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을 정부가 새삼 개발하려한다는 오해를 받게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다 개발됐으니 사용만 하면 된다고 성급한 주장을 펴는 일부 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의 주장으로 호도된 점도 있다.

이런 주장들과 빠른 성과를 기대하는 정부의 입장이 맛물려, 장기 연구투자를 줄이고 단기의 서비스 시범과제 구축에 예산을 대폭 확대한 점은 이번 정부의 투자 계획의 또 다른 아쉬운 점이다. 올해의 정부 예산 중 핵심 기술개발투자는 30~40억 원에 불과해, 올해 전체 정부투자의 1/5이 되지 않는다. 나머지 대부분은 대개 1년짜리의 단기 서비스 개발이나 적용에 투입됐다. 이런 부분을 살펴봤을 때, 우리나라는 이번에도 블록체인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닌 세계에서 블록체인을 가장 잘 사용하는 나라를 목표를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블록체인 세대별 특징과 적용사례 (출처: 과기정통부 2018 블록체인 발전전략)

▲ 명확한 전략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이외에 블록체인 인프라 또는 블록체인 플랫폼에 대한 전략이 없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블록체인이 제2의 인터넷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 제2의 인터넷은 블록체인 기술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몇가지 다른 기술이 융합해야 하는데 그중에서 코어 기술과 개념이 융합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요 정책 입안자들이나 전문가들이 아직 이 부분에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일부 정부 보고서에서 블록체인은 인프라라고 정의하는 문서도 간혹 보이기는 하지만, 인프라로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블록체인이 미래의 인프라라면 과거에 인터넷을 이용한 5대 기간망 전략을 정부가 앞장서서 수립했듯이 지금 공공분야에서의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계획을 수립해야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플랫폼 경제가 도래해서 이에 대한 대비를 주장하는 기획재정부의 문서를 접하고 있지만, 작년에는 정부가 공공분야에서 조차 플랫폼에 대해서 언급하거나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이제는 공공분야에서 블록체인 인프라에 대한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할 때이다.

정부가 혁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 스마트시티가 있다. 최근 국토부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스마트시티 전략을 보면 플랫폼과 표준 전략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는 2000년대에, 프로젝트를 수주한 기업의 능력과 요구에 맞춰 각자 독자적인 방식으로 U-city를 개발해, 상호호환성이 없고, 지속가능성도 없는 사일로 형태의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는 과거에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서도 재연된바 있었다.

2018~2019년의 블록체인 서비스 시범과제를 보면 U-city나 스마트 그리드의 전철을 다시 밟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아직 적절한 PoC(Proof of Concept)조차도 구현하지 못한 분야가 많아 우선 블록체인의 유용성을 검증하기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고, 또 다행히도 이런 기술개발이 1년 기간의 비교적 소액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다행이다. 장기간의 대규모 사업이었다면, 우리는 어쩌면 U-city의 실수를 되풀이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됐다면, 이런 서비스가 좀더 조정되고 통합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IoT(사물인터넷)에서는 다행히도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사업에서는 OneM2M 기반 글로벌 표준을 권장해 개발된 플랫폼을 공유하고 표준화가 일부 진행됐으며, 이는 2019년도의 스마트시티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다만 이 OneM2M 표준이 타 부처의 표준화나 플랫폼에는 전략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블록체인은 아직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수많은 플랫폼이 혼재하고 있으며, 이의 조정이 쉽지 않다. 또한 블록체인이 현장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추가로 개발돼야 한다. 공공분야에서 만큼은 정부가 인프라에 대한 전략을 먼저 구축하고 전문가와 기업의 혁신을 꾸준히 흡수하고 통합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50주년, 블록체인 10주년인 2019년을 맞으며, 우리가 만든 블록체인 기술이 10년 후에는 우리 사회와 인류의 혁신을 이룰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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